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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懺悔]

My Own Poems

by totorida 2025. 6. 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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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돌아가신 날
평소처럼 출근해서 퇴근 시간까지 직장에 있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치료받고 걸어 나오실 줄 알았다.
애초에 효자도 아니었지만, 긴병에 효자도, 효부도 없다고 하더니
길지도 않은 3년 만에 민감성이, 감수성이 고무줄처럼 헐거워졌다.
굳이 변명하자면 열이 나서 두 번 입원하신 적이 있고
그때마다 입원해서 처치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다.
이번에도 그러실 줄 알았다는 안이한 마음이었다.
위독하다는 전화를 무덤덤하게 받고 있었다.
퇴근 후 병원에 도착하자 아버지의 깡마른 몸은 단추가 풀린 채
의료기기에 감싸여 있었고, 이미 가실 준비를 마치신 듯
힘겹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계셨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아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중얼거림밖에는,
미안해요는 헤어짐을 예감하거나 종지부를 찍는 서늘한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감사했어요, 사랑해요. 이제 편히 쉬시라며
따뜻한 저녁놀을 덮어 드리지 못했다.
눈은 감고 계시지만 귀는 열려 있는 사랑하는 아빠에게
제대로 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말은
막내딸 가슴에 오래도록 박혀
흘러가지 못하고 한동안 고여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면 신경통처럼,
길을 걷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悔恨은 가죽나무 새순이 되어 불쑥 솟아오른다.

[참고] 참죽나무[香椿]
멀구슬나무과의 나무로 대한민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참중나무, 쭉나무, 죽나무, 중나무라고도 부르며, 동남 방언으로는 까죽나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가죽나무와 혼동될 수 있지만 가죽나무와는 다른 나무다. 또한 가죽나물로 불리는 경우가 있어서 혼동된다. 낙엽수이며 20m 정도 자란다. 원산지는 중국의 산둥반도 이남과 동남아시아이며, 우리나라에 건너온 시기는 신라 중엽인 5~6세기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고려 말에 국내에 전래하였다고도 한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중국 스님들의 절 음식을 본받기 위해 가져다 심었던 것이 차츰 민간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생김새가 대나무와 비슷하여서 참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참죽나무의 순을 ‘참죽’이라 하는데 대나무처럼 순을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엽(枝葉)에 독특한 향기가 있으므로 중국에서는 향춘(香椿)이라고 하며, 일명 저향(樗香)이라고도 한다. 맹아력이 좋고 생장이 빠른 편이며 수명이 긴데 우리나라에는 400여 년 된 것도 있다. 어린순은 식용이 가능해서 경상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어린 순을 이용해 나물, 전, 장아찌 등을 만들고 김치로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는 어린 순을 날것 그대로 쌈 채소로 만들기도 한다. 경상북도 이외에도 경남 창원시, 창녕군 등 경남 중부 북부 지역에서도 식용하며 전라북도 무주군, 충청북도 영동군, 충청남도 금산군과 중국에서도 참죽나무를 식용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인지 경기도 및 북쪽 지방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존재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드문 식재료다. 특유의 향이 원체 강한지라 나물로 만들어도 도시민들이 먹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일단 까죽나무 나물에, 또는 어린순 자체에서 나는 향에 맛을 들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이기도 하다. 다만 무침 같은 경우에는 가죽 특유의 맛이 워낙 강해서 어릴 때부터 먹어온 사람이 아니면 입에 맞기가 어렵다.
영어 명칭이 Chinese mahogany인 만큼 목재의 향기가 좋고 아름다워 마호가니의 대체품으로 쓰이는 목재 중에 가장 주목을 받는다. 북유럽에서도 자랄 수 있는 마호가니 근연종은 참죽나무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추운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정원수나 공원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농가에서는 주로 울타리 나무로 심는다. 이 경우에 옻나무가 아니냐는 의심과 항의를 많이 받기도 한다. 나뭇잎의 색과 줄기의 질병으로 인해 옻나무의 유형과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죽나무를 향춘수(香椿樹)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나무가 원추리이고 어머니가 기거하는 곳을 훤당(萱堂)이라고 부른다. 아버지를 상징하는 곳은 향춘(香椿)이다. 다른 사람의 부친을 참죽나무처럼 오래 사시라는 기원을 담아 춘부장(椿府丈)이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고 있다. 참죽나무는 예부터 남부지방의 민가 주변에 몇 그루씩 심던 나무이다. 한자 이름은 춘(椿), 대춘(大椿), 향춘(香椿) 등으로 쓰는데, 참죽나무의 춘(椿)은 장수(長壽)를 뜻한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는 이 나무가 ‘팔천 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높여 부를 때 부르는 춘부장(椿府丈)이라는 말도 참죽나무처럼 오래 사시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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