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햇살 아래 산책 본문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작을 안 했었나 보다. 꾸준히 못할 바엔 의미가 없다는 마음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고 출발선에서만 계속 서서, 열심히 달려가는 혹은 결승선에 다다른 주변사람들을 부러워 만 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해 보기로 했다. 염색 예약시간이 남아 오전의 봄 햇살을 맞으며 집 인근 동산을 산책했다. 동백, 매화, 살구꽃, 개나리, 목련, 꽃도화, 벚꽃 등 개화시기가 조금씩 다른 모든 봄꽃들이 올해는 한꺼번에 만개하여 곤충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꽃들도 꼭 정해진 날짜에 피지 않고 주변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피어나는데, 한 번만 하면 어떻고 작심삼일이면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것 마냥 의지나 꾸준함이 없다고 나를 나무라며 살아왔다. 너무 오랫동안 시간관념, 성실, 인내, 책임감을 성공의 밑거름이라 여기고 일상의 사소한 일회성의 일들을 무가치하다고 여겨왔다. 공적인 일도 아닌 개인적인 일들을 해야 할 시기보다 많이 늦게 하면 어떻고, 하루만 하고 이튿날 안 하면 무슨 큰일이 생기지도 않는데 스스로를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라 저평가한 것이다. 늦더라도 끝내는 해낸 나를 칭찬하고, 한 번만 하고 그만두었지만 그 작은 시도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일회성의 시도 속에서 계속해보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찬란한 봄에 꽃들에게만 희망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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