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Poems
환절기[換節期]
totorida
2025. 4. 30. 00:32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벌써 몸이 무겁다.
초저녁부터 자울거리며 소파에서 까무룩 잠이 들고,
밤새 무슨 꿈을 꾸는지 새벽녘까지 잠꼬대를 한다.
밤마다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던 올빼미와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던 나무늘보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비구니가 되어 새벽에 눈을 뜬다.
커피 두 잔 없이는 안갯속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유통기한 넘기던 알약들을 하루에 네 끼씩 챙겨 먹는다.
퇴근 무렵 눈두덩이는 웅덩이처럼 움푹하고
어깨는 하루 종일 검은 고양이를 이고 산 듯 묵중하다.
4년 먼저 살고 있는 파계 스님에게
요즘 너무 피곤하다고 말하니
환절기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계절은 어느덧 봄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생의 환절기 한복판에 서 있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4년 먼저 겪고 있는 든든한 남편과 함께
십 년의 긴 터널을 어깨동무하며 사이좋게
쉬엄쉬엄 통과하고 있다.
영광(榮光)의 환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