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Essays
연금복권 1등과 보너스 번호 동시 당첨
totorida
2023. 4. 8. 14:44
남편과 단둘이 세렝게티 대평원의 나무그늘에서 한낮의 태양을 피해 사자처럼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 마추픽추 정상에서 서로의 눈 속에 비친 해지는 노을을 보며 어깨를 토닥이고, 아타카마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아래서 살아온 이야기와 우리가 앞으로 갈 길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들고 싶다. 이번엔 무거운 캐리어 대신 하루살이에 필요한 가벼운 백팩만 메고 떠날 거다. 연금복권 1등에 당첨된 우리는 더 이상 무겁고 큰 캐리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번 여행은 무얼 보여주기 위함이나 휴대폰 속 사진 개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다. 여태까지 잘 살아온 서로를 향한 감사와 우리가 타고 온 인생의 버스에서 잠깐 스탑버튼을 누르고 내린 쉼표의 의미이다. 한 달간의 감사와 휴식의 시간이 끝나고 귀국하면 20년 동안 살아온 이제 커져버린 집을 정리하고 우리 둘이 청소하고 살만한 아담하고 깨끗한 집으로 이사를 할 계획이다. 세 아이도 기숙사로 독립해 나가 주말이나 방학 때만 나그네처럼 들르니 더 이상 큰 집이 필요 없다.
이번주에 태풍처럼, 벼락처럼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이천원어치 연금복권을 샀다. 한결같이 노력해야 하는 일상이 지겨워지고 갑자기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히면 복권판매점을 찾게 된다. 1,2등에 당첨돼서 해보고 싶은 일들 중에 우선 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적다 보니 2천원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이 봄 하늘 구름처럼 뻥튀기가 되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